끄적끄적

[에세이] 내 생애 첫 자취생활이 끝이 났다.

0cold 2020. 3. 1. 20:07

내 생애 첫 자취생활을 마쳤다.

 

1년 반 동안의 자취살이를 마치고 이제 학교 기숙사로 들어가지만 자취 생활 중 좋았던 기억들은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년 반이라는 시간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 중 좋았던 기억을 한번 더듬어 보자.

 

누구나 그렇듯 자취에 대한 로망을 안고 자취를 시작했다.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는 라면 이외의 요리라고는 해본적이 없는 내가 레시피를 검색한 후 장을 봐 요리를 해봤고 지인들을 초대해 음식을 대접하고 최상의 가구 배치를 위해 오랫동안 고민 후 가구를 이리저리 옮겨보고 방안을 꾸밀 여러 소품들도 구매하고 빔 프로젝터와 스크린을 얻어와 방 안에서 불을 끄고 영화도 봤다.

1년 반 동안 살았던 자취방

재작년 장마철 폭우로 천장에 물이 새서 물을 한가득 머금어 둥그스름 해진 벽지가 갑자기 찢어져 방 바닥이 물바다가 되었던 적도 있었다.

 

있는 수건을 몽땅 가져와 바닥을 닦고 대야로 비가 주르르륵 쏟아지는 부분에 받혀 놓으며 어이가 없어서 웃었던 기억도 새삼 떠오른다.

 

여름이 지나 선선해진 가을 어느 오후 시원한 가을비가 내려 창문을 모두 열고 빗소리를 들으며 낮잠을 잤던 그 평화로웠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이와 같이 좋았던 기억들 중 단연코 가장 좋았던 기억은 하루 종일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배가 너무 고파 후다닥 집에 돌아와 삼겹살을 굽고 비빔국수를 비벼 혼자 맥주한잔 들이켰던 기억과, 빈속에 알코올이 들어가 금세 취해 키보드 앞에 앉아, 되도 않는 멜로디를 찍어 누르며 나만의 노래를 만들었던 기억일 것이다.

 

 


 

행복했던 자취생활을 접고 기숙사에 들어가기 전 나는 다시 본가에 돌아와 엄마의 집밥을 얻어먹으며 호의호식 중이다.

 

장을 봐 요리를 한 후 자취방에서 혼자 차려 먹었던 밥 맛의 기억은 분명 아름다웠지만, 이 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엄마의 정성이 담긴 따뜻한 집 밥일 것이다.

 

해서 먹는 밥보다 차려준 밥이 더 맛있다.

 

한국은 현재 코로나 열풍이라 나는 집 밖을 최대한 나가지 않고 있다.

 

집 안에서 하는 일이라고는 이렇게 추억을 더듬으며 글을 써보는 것과 영어공부를 한다는 핑계로 넷플릭스로 미드를 보는 것이다.

 

영화도 몇 편 봐야겠다.

 

몇일 전 주문했던 이번 독서모임에서 이야기할 책도 오늘 도착했다.

 

 

글쓰기, 미드, 영화, .

 

 

집에서 할 일이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