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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서평] 작가의 문장수업 - 고가 후미타케 : 제로텍스트 시대에 글을 써야하는 이유

 

작가의 문장수업 - 고가 후미타케

 

바야흐로 제로텍스트 시대가 도래했다.

 

우리 주변에서 '글'이 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나를 표현하는 방법이 '글'이였다면, 이제는 그 방법이 '이미지'로, 이미지에서 '영상'으로 바뀌며 '글'은 점차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페이스북의 니콜라 멘델손 부사장은 2016년 6월 14일 런던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향후 5년 내에 페이스북 담벼락에서 글자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페이스북의 일일 동영상 조회수가 2015년 10억 뷰에서 2016년 80억 뷰로 8배나 증가해 앞으로 모든 글이 동영상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페이스북은 SNS 시장에서 점점 네이버밴드와 인스타그램에 밀리는 추세지만,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SNS인 페이스북 부사장의 메세지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주변을 둘러보자. 주기적으로 글을 읽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한 '2019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가관이다. 성인 10명 중 4명은 1년 독서량이 0이라고 한다.

(출처: https://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3/11/2020031102172.html)

 

혹자는 과거보다 현재, 사람들의 텍스트 소비량은 증가했다고 반박할 수도 있다. 실제로 우리는 책 이외에도 여러경로(SNS, 블로그, 신문, 잡지 등)를 통해 텍스트를 접하고 있다. 텍스트 소비량이 증가하는 추세는 분명하다. 하지만, 텍스트 소비량의 증가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인 '문해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것 같지는 않다.

(참고: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905511.html)

교육 : 사회 : 뉴스 : 한겨레

교육 : 사회 : 뉴스 : 한겨레

www.hani.co.kr

 

'제로텍스트 시대'란 말은 단순히 텍스트가 전혀 없는 시대가 아니라 글이 가지는 영향력을 점점 잃어가는 시대를 의미한다. 과거 우리는 정보전달, 정보습득의 매개체로 글을 주로 이용해왔지만, 이제는 그 자리는 이미지와 영상에 의해 대체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제로텍스트 시대에 글을 써야하는가?

 

전세계적으로 사랑받은 책 <미움받을 용기>와 오늘 서평의 책인 <작가의 문장수업>의 저자인 고가 후미타케는 이렇게 말한다.

"글쓰기는 생각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글쓰기 기술을 몸에 익히면 생각하는 기술이 몸에 배게 된다.

(중략)

글쓰기 기술이 몸에 배면 사물을 보는 눈이 바뀐다. 사고방식이 바뀐다. 그리고 분명히 세상을 보는 눈도 바뀐다. " - p.9

일반적으로 우리는 생각을 다 하고 난 후에 그 생각을 글로 옮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틀렸다. 완전히 반대다. 우리는 글을 쓰기 위해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생각하기 위해 글을 써야 한다. 글은 생각을 잘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글을 쓰게 되면 생각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면 세상을 보는 눈이 바뀐다. 작가는 글쓰기가 삶의 무기가 된다고 단언한다. 때문에 우리는 글을 써야한다.

 

 


 

여러분은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본 후 어떤 생각이 드는가? 단순히 "음~ 재밌네.", "자알 읽었다~"의 느낌만 들 뿐, 어떤 부분이 재밌었고 어떤 부분이 인상깊었는지 말로 표현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은가? 이처럼 "뭔지 잘 모르겠지만 재밌었어"를 이 책에서는 "뱅글뱅글"이라고 표현한다.

"어렴풋한 기분이나 생각들이 떠돌아다니는 상태를 나는 '뱅글뱅글'이라고 부른다." - p.16

머릿속에 뱅글뱅글 돌아다니는 생각은 '말'이 아니다. 말이 되기 이전의 막연한 '느낌'이다.

 

반면, 책을 읽은 후에 독후감을 써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독후감을 쓰려면 '뱅글뱅글' 떠다니는 생각을 '말'로 표현해내야한다. 이 책에서의 표현을 빌리자면 "애매한 기억과 막연한 감정을 논리라는 꼬챙이로 꿰어 내야 한다." 여기서 핵심은 '논리'다. '논리'가 없는 말은 '횡설수설'에 불과하다. 어떤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하지만, 결국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도대체 알 수 없었던 적이 있지 않은가?

 

우리는 생각하기 위해 글을 써야한다. 또 논리가 없는 '뱅글뱅글'을 논리가 있는 '말'로 번역하기 위해 글을 써야한다. 하지만 글을 쓰는 것은 어렵다. 우리는 학교에서 글쓰는 방법을 훈련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작가는 「작가의 문장수업」이라는 책을 썼다. 작가는 이 책에서, 뱅글뱅글을 말로 번역하기 위한 훈련으로 두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이 바로 이 뱅글뱅글을 말로 번역하는 훈련법이였다. 그래서 이렇게 따로 정리해두려고 한다.

 

1. 들은 이야기를 자신의 말로 전하라

주변에 남얘기를 시도때도 없이 하는 친구가 한명쯤 있을 것이다. 그들은 대게 친구들 사이에서 말을 잘하는 친구라고 여겨진다. 그들은 남얘기를 전해 들었든 아니든, 그 이야기를 자신만의 양념을 첨가하여 남들에게 전달한다. 그들의 최종목표는 자신의 남얘기가 남들에게 잘 전달 되는지 안되는지 이다. 그들은 이것을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 받은 상대방의 표정을 보고 알아차린다. 상대방의 표정이 꺼림직하다 싶으면, 양념을 바꿔 다른사람에게 또 다시 전달한다. 그들은 연습중이다. 자신의 말에 논리를 담는 연습말이다.

우리도 이렇게 연습해야한다. 들었던 이야기를 자신만의 양념을 추가하여 남들에게 전달해보자. 영화가 되었든 TV예능 프로그램이 되었든, 다 본 후 "아 재밌었다"하고만 끝내지는 말자.

 

2. 지도, 그림, 사진 등 말이 아닌 것을 말로 바꿔 보라

이 방법은 위의 1번 방법보다 덜 부끄러울 수 있다. 이 방법은 굳이 상대방이 필요치 않기 때문이다. 상대방 표정의 꺼림직함을 보지 않아도 된다. 그림이나 사진 속엔 감정들이 이곳저곳 숨어있다. 이 숨어있는 감정들을 끄집어내서 요리조리 조합 해야한다. 그림이나 사진 속에서 느낀 감정들을 글로,말로 표현해보는 것은 어떨까?

한편, 지도 안에는 온갖 정보들이 때려박혀져있다. 하지만, 이것들은 말로 표현된 정보들이 아닌 그림으로 표현된 정보들이다. 그 정보를 이해하기 위해선 말로 번역해야한다. 지도 속에 포함된 정보들의 연관성을 파악하고 말로 번역하는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논리의 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다시한번 강조하자면, 제로텍스트 시대에 우리가 글을 써야하는 이유는 '생각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다. 또, 논리가 없는 '뱅글뱅글'을 논리 있는 '말'로 번역하기 위해서다. 글을 써야하는 이유는 글 자체와는 관련없다. 그냥 '생각'과 '말'을 잘하기 위해서이다. 글은 생각과 말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바로 이것이 텍스트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제로텍스트 시대에 우리가 다시 텍스트를 붙잡아야하는 이유이며 글을 써야하는 이유이다.

사실 위에 언급한 정보들은 「작가의 문장수업」의 초반부분인 <문장수업 안내>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글을 잘쓰기위한 세세한 팁들은 이후 4장에 걸쳐 작가가 정성스럽게 정리해 두었다. 글쓰기 초보자거나 글쓰기가 어색한 사람들에겐 매우 유용한 팁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작가의 세세한 글쓰기 팁들이 궁금하다면 책을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 책 값이 매우싸다. 매우매우 싸다. 처음 인터넷에서 이 책의 가격을 보고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가 15년간의 작가 생활을 통해 습득한 꿀팁들을 단돈 3600원에 얻을 수 있다니..!